2018 전시평론 및 리뷰
절망적인 현재 혹은 미래를 많은 사람들이 감지할수록 희망의 노래는 더욱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그 노래는 더 큰 외침이 되고 주문이 되고 다수의 구호가 되기도 한다.
그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눈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나 갈등은 사람의 기억과 삶 속에 마치 균처럼 자리를 잡아간다. 그것은 결코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금 행복이 넘치는 세상에 습격을 가할 수 있다. 아니, 이미 습격은 계속 되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그것을 마주할 자신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 균의 속성, 원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것과 관련한 사회적 요소들에 비판이나 공격을 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창작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가 그 균을 보려하는지, 혹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것을 마주해보려 할 때 어떤 감정이나 관심이 생기는지를 실험하고자 한다. 작가가 만드는 ‘현장’은 그 실험의 일부이며 발견한 문제에 대한 진단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에 대한 펼침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작가는 ‘어쩌지도 못하는 개개인의 마음을 우리가 들여다본 적은 있는지’ 현장을 통해 물을 것이다. 누군가 굴뚝 위로 올라가거나 건물 위에서 몸을 던지거나 잠적해버렸을 때에만 잠시나마 급박한 신호를 감지하게 되는 지금.
안전한 나의 자리를 만들고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기엔 우리의 삶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잘 보이지 않는 신호를 매일 매순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신호는 언제나 어둡거나 슬프거나 긴박할까. 당당하거나 화려하거나 고요한 신호가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글_최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