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개인전 <내일도 모르는데> 이후의
작가 인터뷰

* 전시 준비를 함께 한 문화예술기획자이자 이재환 작가의 아내 최선영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옆에서 본 입장에서 작가는 그동안 (특히 개인전 중심으로 보면) 어떤 이야기를 등장시키는 입장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작업에 등장한 것 같다. 작가의 강한 의도나 의지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작가의 삶과 작업에 등장한 상황 자체가 보인다. 그 자연스러움이 전시 전반에서 주제로까지 느껴졌다. 그 바탕이 된 작업 혹은 삶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
이번 전시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것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해 달라.
전시명이 <내일도 모르는데>지만 사실 오늘도 모르는 것 같더라. 전시 작품을 위해 그림을 그리면서 옛날 사진들을 보고 했는데, 그때 몰랐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때의 의미들이 더 선명해졌다. 예술가여서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서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는 게, 내가 한 번씩 이렇게 그 의미들을 맺으며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무슨 의미인지 모를 무언가를 나중에는 알게 될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경험들이 좀 누적되면 왠지 오늘이 무슨 의미일지 어느 정도는 알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도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아니다. 전시를 해놓고 사람들이 왔을 때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정리가 되었다. 그러니까 항상 무언가를 할 때는, 살아갈 때는 그 의미를 잘 모른다. 이젠 좀 하면서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좀 덜 힘들 것 같다. 뭔가를 버텨내는 것에 있어서.
이전에 전시하거나 작업할 때랑 차이가 있는 건가.
물론이다. 이전에 개인전 할 때는 방금 말한 그런 내용을 잘 얘기 안 했다. 그리고 작업을 한다는 게 정확하게 내 안에서 정리가 안 됐던 것 같다.
좀 배운 대로 아니면 그냥 이전에 하던 대로 작업을 한 거였다. 그런데 나한테는 이유가 있어야 되니까 그 이유를 되게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지금 얘기를 해버렸는데 사실 부정적인 건 아니고 그것도 한 축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러니까 예술가들이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학문적 맥락에서 표현하는 줄기가 있고 삶 안에서 무언가를 깨닫는 과정으로서의 줄기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가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후자의 경우가 가능하려면 매우 많은 조건들이 있어야 된다. 나는 이제 그런 조건들이 좀 갖춰져서 이전과는 다르게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 아닐까.
어떤 조건들인가.
일단 좀 마음이 편해야 되다. 결국 경제적인 것과 얽혀 있는 매우 기본적 조건 혹은 욕구가 그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해결됐을 때 사람이 정말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될 텐데 나는 (5년 전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집도 생기고 가만히 마당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시간이 몇 년 동안 지속되면서 정리된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정리가 되니까 다른 의미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정리된 것들을 전시장에서 관객들에게 대화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그 경험은 어떠했나.
예전에 가끔씩 전시장 지킴이를 했었을 때는 사실상 사람들이 많이 오지도 않았고 딱히 내가 작업에 대해 설명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말도 나오고 내가 뭔가를 느끼면서 했던 것 같아서 그것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오는 사람들이 전부 이 삶을 좀 응원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마음이 좋았다. 예전에는 ‘내가 응원을 받든 말든 난 한다’는 굉장히 전투적인 자세로 작업을 했었고 내용도 다 그런 것들이었었다. ‘내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가 아니가 ‘좀 더 들어라, 들어야 한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에 특히나 더 관심이 없는 사람들한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 무언가를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되고 궁금해해야만 내가 말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작업할 때는 일단 내가 더 궁금하게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전시라는 형태에서는 다른 말걸기의 방식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더 궁금함을 유발할 수 있는 생소한 환경을 전시장에 펼쳐놓으려고 했다. 근데 공간을 빌려서 전시를 하다 보니 실제로 이런저런 설치를 막 해가면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많은 작업을 하면서 준비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이 전시장에 장막을 걷으면서 들어왔을 때 하나같이 “와-” 이러면서 들어와서 뿌듯함이 있었다. 아내와 같이 작업한 음악도 한몫했던 것 같다.
예전처럼 주제의 무거움으로 다가간 전시가 아니었고 설치적 요소가 사람들에게 재미있기도 해서 보는 사람들도 나도 예전과는 좀 다르지 않았나 싶다.
많은 것을 보고 함께 한 입장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지만 다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하자면, 내일도 모르는데 오늘은 이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건가.
오늘도 잘 모르고 내일도 모른다는 감각은 그동안 여러 사람들과 엮이면서도 갖게 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런 바이브가 우리한테 조금씩 생겨 왔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여기 홍성에 와서 알고 지낸 지 3년 정도 된 누군가의 집에 드디어 오늘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게 또 하나의 신호가 아닐까. 그래서 그냥 좋다.
요즘 전시 때문에 멍멍이들과 시간을 많이 못 가졌기 때문에 저녁 식사 전에는 마당에 나가서 멍멍이들에게 공도 좀 던져주려고 한다. 계획을 갖고 있지 않는 계획이라고 할까. 오늘은 일단 그렇게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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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25 이재환 작업 기록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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